낯선 언어로 우리 이름을 처음 봤을 때의 기분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2026년 5월, 베이징. 중국 최대 포털 텐센트 뉴스(腾讯新闻)에 한 줄의 제목이 올라왔다. “훈련 없이도 더 똑똑해진다? 한국 VIDRAFT의 ‘다윈 패밀리’가 유전자 재조합으로 AI 능력을 도약시키다.” 미국 오픈AI도, 자국 딥시크도 아닌 — 서울의 작은 팀 이야기였다.
두 달 뒤, 모스크바. 러시아어권에서 가장 오래된 IT 매체 iXBT.com이 우리의 추론 가속 엔진 VKAE를 다뤘다. 그리고 이야기는 타이베이로, 도쿄로, 타슈켄트로 번졌다.
흥미로운 건, 나라마다 ‘주목한 지점’이 달랐다는 것이다.
① 중국이 물은 것 — 다윈, 교배의 철학
텐센트가 붙든 건 우리의 모델 제조법이었다. 큰돈을 들여 새로 학습시키는 대신, 서로 다른 모델의 강점을 생명 진화처럼 ‘교배’해 더 강한 다음 세대를 길러낸다는 발상. 기사는 우리 논문(arXiv 2605.14386)까지 짚으며 “훈련 없이 더 똑똑해질 수 있는가”를 물었다.
텐센트 뉴스는 중국에서 가장 큰 포털이다. 그 도달력은 긴 설명이 필요 없다. 한국의 작은 팀 이야기가 그 지면에 올랐다는 것 — 그 자체가 사건이었다.
→ 텐센트 뉴스 https://news.qq.com/rain/a/20260521A05E8900
② 러시아가 물은 것 — GPU 한 장의 23배
iXBT가 붙든 건 효율이었다. 하드웨어를 바꾸지 않고, 단 한 장의 NVIDIA B200에서 추론 처리량을 최대 23배까지. 품질은 유지한 채로. iXBT는 이걸 근사한 한 마디로 요약했다 — 기존 가속기의 ‘소프트웨어 확장’.
iXBT.com은 1997년부터 이어진, 러시아어권 최고 권위의 IT 매체다. 서구로 치면 AnandTech이나 Tom’s Hardware의 자리. 하드웨어를 뜯어보고, 숫자를 의심하고, 과장을 싫어하는 독자들이 모이는 곳이다. 그런 매체가 보도자료를 복붙한 게 아니라 자기 기사로 소화했다. 그게 이 사건의 무게다.
→ iXBT.com https://www.ixbt.com/news/2026/07/06/gpu-vkae-23.html
③ 대만과 일본이 물은 것 — 실력, 그리고 정직
대만의 디지털 테크·금융 미디어 BigGo는 허깅페이스 GPQA 리더보드를 짚었다. 상위권에 오른 한국 모델 5종이 전부 우리 Darwin 시리즈라는 사실. 중국이 16종으로 리더보드를 덮은 판에, 한국의 자리를 만든 건 비드래프트였다.
→ BigGo Finance https://finance.biggo.com/news/NWiL0p0BoQmpnl36aM9q
일본의 AI 전문 매체 AI Chronicle은 결이 달랐다. 우리의 메타인지 벤치마크 FINAL-Bench와, 자율 보안 AI 치토스(Chitos)를 다뤘다. “AI가 자기 한계를 아는가”, “탐지에서 실증까지 스스로 하는가” — 성능 숫자 너머의 질문을 던진 셈이다.
→ AI Chronicle (일본) https://ai-chronicle.blog.jp/archives/1379310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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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야기는 스스로 걸어 다녔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우즈베키스탄(Zamin.uz·One.uz), 포르투갈어권(Wedoany), 중화권 AI 커뮤니티(HyperAI), 그리고 러시아어권의 여러 IT·지역 매체까지 — 하나의 이야기가 국경과 언어를 넘어 스스로 번졌다. 우리가 러시아어로 보도자료를 뿌린 적도, 타슈켄트에 연락한 적도 없다. 그들이 먼저 물었다.
다만, 무게는 정직하게 나눠야 한다
자랑으로만 끝내고 싶지 않다. 이 매체들의 위상은 저마다 다르다.
• 최상단 — 텐센트(중국 최대 포털), iXBT(러시아 최고 IT 권위지). 이건 진짜 무게다.
• 그 아래 — BigGo(대만), AI Chronicle(일본) 같은 전문 디지털 매체. 자체 편집으로 우리를 다뤘다.
• 가장 넓은 층 — 애그리게이터·지역 매체·다국어 재게시. 이건 ‘권위’가 아니라 ‘도달’이다. 그렇게 부르는 게 정확하다.
그리고 대부분의 기사는 “개발사의 주장에 따르면”이라고 정확히 적었다. 독립 기관의 벤치마크가 아니라, 우리가 낸 결과를 소개한 것. ‘23배’에도 ‘특정 시나리오’라는 단서가 붙어 있다. 그 단서를, 우리는 지우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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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 왜 세계가 읽기 시작했을까
세 가지라고 생각한다.
첫째, 효율. 승부처가 ‘더 큰 새 모델’에서 ‘있는 걸 잘 굴리는 법’으로 옮겨가고 있다. 추론 비용이 곧 AI 서비스의 생존이다. VKAE는 그 지점을 정확히 건드렸다.
둘째, 정직. iXBT도, 일본 매체도, 우리가 “결과를 재현할 수 있다”고 한 대목을 굳이 옮겨 적었다. 못 한 것을 먼저 밝히고, 결과를 재현 컨테이너로 열어 보이는 방식 — 그 정직이 국경을 넘어 신뢰의 언어로 통역됐다. 자랑보다 이게 더 오래 남는다.
셋째, 언더독. 24대의 GPU로 수천 대에 맞서는 이야기. 자원이 아니라 방법으로 이긴다. 그게 낯선 도시의 기자들 눈에도 하나의 ‘이야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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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 물었고, 모스크바가 이어 물었고, 타이베이와 도쿄가 받았다. “정말 GPU 한 장으로?” “훈련 없이 더 똑똑해진다고?”
우리는 답 대신 컨테이너를 건넸다. 열어보라고. 숫자를 의심하는 그 손으로 직접 돌려보라고.
다음엔 어느 도시에서 그 컨테이너가 열릴지 — 나는 그게, 조금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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