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로 뇌혈관장벽을 여는 연구, 그리고 다음 질문: 구조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
새벽 두 시, 나는 연구실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모니터에는 방금 올라온 논문 초록이 떠 있었고, 커피는 이미 식어서 표면에 얇은 막이 생겨 있었다. 초음파로 뇌혈관장벽(blood-brain barrier)을 일시적으로 열 수 있다는 연구였다.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뇌로 전달하기 위한 시도라는 설명을 읽으면서, 나는 이상하게도 가슴 한쪽이 뜨거워지는 걸 느꼈다.
그건 순전히 과학에 대한 감탄 때문만은 아니었다. 몇 달 전, 나는 아버지의 진단서를 손에 들고 병원 복도를 걸었다. 의사는 알츠하이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고, 나는 그 말을 이해하는 데 꼬박 사흘이 걸렸다. 약이 있어도 뇌까지 제대로 도달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그 '벽'이라는 단어가 너무나 문자적으로 느껴져서 한동안 숨을 쉬기 어려웠다.
그래서 그 초록은 나에게 단순한 뉴스가 아니었다. 벽을 잠깐 여는 방법이 있다니. 그 문장은 마치 오래 닫혀 있던 방의 문고리를 만지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논문을 다 읽고 나서도, 나는 그 '구조'가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았다. 초음파가 어떻게 초점을 맞추는지, 어떤 주파수에서 어떤 공동현상(cavitation)이 일어나는지, 그 현상이 세포에 어떤 흔적을 남기는지—말로는 이해했지만 그림이 없었다. 나는 개발자였고, 나에게 이해란 곧 구조를 읽는 일이었다. 그런데 그날 밤, 나는 텍스트만 잔뜩 쌓아 놓고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문득 떠오른 게 있었다. 몇 주 전 동료가 추천해 준 도구였다. 논문을 넣으면 그 안의 개념과 관계를 시각적인 지도로 펼쳐 주는, 지식 그래프 기반의 탐색 도구였다. 나는 반신반의하며 탭을 열었다. 처음엔 그냥 또 하나의 검색창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논문의 핵심 개념들을 노드로, 그 사이의 관계를 엣지로 펼쳐 주는 화면을 보는 순간, 내가 며칠 동안 붙잡고 있던 조각들이 하나의 지형처럼 이어지기 시작했다. 초음파 파라미터에서 시작해 미세기포(microbubble)의 거동, 혈관 내피세포의 반응, 그리고 약물 전달 경로로 이어지는 흐름이 한눈에 들어왔다. 나는 그제야 '아, 이게 이런 구조였구나' 하고 무릎을 쳤다. 새벽 세 시 반, 나는 혼자 소리 내어 웃었다. 너무 오랜만에 느끼는 감각이었다.
물론 이 도구가 논문을 대신 읽어 주는 건 아니다. 그건 내가 직접 해야 할 일이었다. 하지만 흩어진 개념들 사이의 연결을 눈으로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내가 어디쯤 서 있는지, 다음에 무엇을 읽어야 하는지가 훨씬 선명해졌다. 그건 마치 어두운 방에서 손전등을 켜는 것과 비슷했다. 방이 작아진 게 아니라, 내가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후 며칠 동안 나는 그 지도를 옆에 두고 관련 논문들을 이어 읽었다. 처음엔 막막했던 분야가 조금씩 손에 잡히기 시작했다. 아버지에게 언젠가 이 이야기를 해 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물론 내가 연구자가 되어서가 아니라, 그저 '사람들이 이 벽을 열기 위해 이렇게 애쓰고 있다'는 사실을 전해 주고 싶어서였다.
완벽하게 이해했다고 말할 순 없다. 여전히 모르는 게 훨씬 많다. 그래도 그 새벽에 느꼈던 그 막막함은, 지금은 조금 다른 모양으로 남아 있다. 두려움보다는 호기심에 가까운 무언가로.
혹시 당신도 비슷한 밤을 보내고 있다면—논문은 읽히는데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 그 답답한 밤—한 번 이 지도를 펼쳐 보길 권하고 싶다. 당신의 다음 질문이 조금 더 또렷해질지도 모른다. 나처럼, 새벽 세 시에 혼자 웃게 될지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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