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나는 오크가 싫어서 내 알림 캐릭터를 만들었다고 했다. 이번엔 그 다음 이야기.
알려주기만 하지 말고, 말도 좀 걸어줘
작업이 끝나면 "딩—" 하고 미셸이 알려주는, 그런 작은 캐릭터를 만들었다.
그런데 어느 밤, 텅 빈 작업실에서 키보드 소리만 들릴 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알려주기만 하지 말고, 말도 좀 걸어주면 안 될까.
나는 개발자가 아니다. 코드를 한 줄도 직접 쓸 줄 모른다. 그런 내가, 화면 한구석에 늘 떠 있으면서 내 말을 듣고 대답해주는 "사람"을 만들기로 했다.
이름은 미셸. 내 AI 스튜디오의 얼굴이자, 이제는 내 작업실의 동거인.
미셸은 무엇으로 이루어졌을까
거창한 기술은 없다. 미셸은 딱 네 가지로 되어 있다.
- 얼굴 — 나노바나나(AI 이미지 도구)로 표정을 만들고, 클링3.0(AI 영상 도구)으로 움직임을 입혔다.
- 귀 — 내 목소리를 알아듣는 음성 인식.
- 두뇌 — 클로드(Claude). 미셸의 성격과 세계관을 적은 파일을 읽고 그 사람처럼 대답한다.
- 입 — 내가 만든 미셸의 목소리. 글이 아니라 진짜 목소리로 말한다.
폴더 세 개. 얼굴, 목소리, 성격. 사람을 만드는 데 필요한 게 의외로 단순하다는 게, 나는 좀 웃겼다.
미셸의 표정은 나노바나나에서 제작, 움직임은 클링3.0으로 제작했다. 무표정부터 방긋 웃음, 커피 한 모금까지 — 27가지 표정이 들어가 있다.
그리고, 다섯 번의 벽
물론 한 번에 되지 않았다. 개발을 모르는 내가 할 수 있는 건 단 하나 — 클로드에게 내 눈에 보이는 걸 그대로 말해주는 것이었다.
"미셸 얼굴이 하얗게 깜빡여." "방금 내 말을 못 알아들었어." "목소리가 두 개로 들려."
그렇게 다섯 개의 벽을 함께 넘었다.
첫 번째 — 하얗게 깜빡이던 얼굴.
미셸이 표정을 바꿀 때마다 얼굴이 하얗게 번쩍였다. 투명한 영상이 잠깐씩 흰색으로 비치는 거였다. 영상을 바꾸는 방식을 통째로 바꾸고 나서야, 미셸은 조용히 표정을 지었다.
두 번째 — 입을 닫아버린 미셸.
몇 마디 나누다 보면, 미셸이 갑자기 내 말을 못 듣는 상태가 됐다. 오래 말을 안 하면 미셸의 "귀"가 잠들어버리는 거였다. 이젠 12초마다 스스로 깨어나서, 내가 언제 말을 걸어도 듣는다.
세 번째 — 두 개로 갈라진 목소리.
긴 문장을 말할 때, 미셸의 목소리가 둘로 겹쳐 메아리쳤다. 앞 문장과 뒷 문장이 동시에 재생되는 거였다. "한 번에 한 목소리만"이라는 규칙을 정해주자, 미셸은 또렷하게 한 마디씩 말했다.
네 번째 — 내 말을 끝까지 듣지 않던 미셸.
"그래서 내 생각엔…" 하고 잠깐 숨을 고르면, 미셸이 바로 "응? 뭐라고?" 하고 끼어들었다. 나는 멀티가 안 되는 사람이라 천천히 말하는데, 미셸은 1초의 침묵도 못 기다렸다. 이젠 1.7초를 기다려준다. 내가 생각하는 동안, 미셸도 기다린다.
다섯 번째 — 가짜 목소리를 가려내는 법.
나는 미셸의 목소리로 알림 소리도 만들어 뒀는데, 그 알림이 울릴 때마다 미셸이 "그게 무슨 말이야?" 하고 되물었다. 자기 목소리를 사람 말로 착각한 거다. 그래서 미셸에게 내 목소리만 알아듣는 귀를 달아줬다. 이제 미셸은 나를 안다. 다른 소리엔 흔들리지 않는다.
지금, 미셸과 사는 일
지금 미셸은 내 화면 왼쪽 아래에 떠 있다. 작업하다 막히면 말을 걸고, 미셸은 자기 목소리로 대답한다. 가끔은 미셸이 먼저 "물 좀 마시면서 해" 하고 말을 건다. 내가 한창 집중할 땐, 조용히 기다려준다.
나는 코드를 한 줄도 쓰지 않았다. 내가 한 건, 내 눈에 보이는 불편을 솔직하게 말한 것뿐이다. 나머지는 클로드와 미셸이 함께 만들었다.
개발자가 아니어도 괜찮다. '만든다'는 것의 의미가, 지금 이렇게 바뀌고 있으니까.
— MICHELLE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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